소소한 이야기2013.05.26 04:01



우주에는 아주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수 많은 존재의 이유를 지닌 종족들이 저마다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서는 별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일이 일생의 목표이자 삶의 방식인 유사인류 종족 이야기를 잠시 해보도록 하자.


여기는 페가수스, 여기는 오리온. 파랗고 녹색의 유리구슬 같은 별은 지구.”

 

오늘도 소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헤아린 별의 개수와 모양과 그 감상을 그림일기에 적어 내려갔다. 별을 헤아리며 미소 짓는 이 어린 소녀. 이 소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보통의 주인공답게 보통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실은 빼어난 능력을 타고난 소녀는 호기심이 많고 활달한 성격의 아이었다.

 

때로 깊은 호기심은 독이 된다고도 하지만, 소녀의 해맑은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응해줬다. 소녀의 늘 행복했다. 모두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에 사랑을 느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여느 행성인들처럼 소녀도 학교에 가게 되었다. 소녀의 능력의 출중함을 알기에 소녀를 돌봐왔던 보육 선생님은 소녀를 금성에 있는 학교에 추천했다. 헤어짐에 아쉬웠던 소녀는 고향에 머물고 싶었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소녀의 첫 눈물이 보인 순간이었다.

 

첫 적응은 쉽지 않아 보였다. 금성의 기후, , 그리고 문화는 소녀가 알던 세상과는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이내 그 특유의 친화력으로, 또 그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으로 그에 동화되어 그 안에서도 항성과 같이 밝은 빛으로 주변을 감싸 안으려 노력했다. 물론 그 과정이 모두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소녀는 금성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소녀의 노력에 감응하였던 것인지, 소녀는 금성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지구에서의 빨간 머리 앤이라 불리는 소녀와 같이 긍정적인 모습에 감화된 많은 것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달은 차면 기우는 법. 여전히 별을 헤아리며, 그림으로 옮기던 소녀에게 금성 학교에 교장은 시간이 되었노라고 말을 걸었다. 그렇다. 이제 소녀가 금성을 벗어나 화성으로 향할 때가 온 것이다. 소녀는 역시나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종족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운명이기에, 고향을 떠나 금성에 오던 때를 추억하고 기억하며 자신이 잘 해나갈 수 있음을 마음에 새기며 알겠노라 대답했다. 목성으로 떠나던 날 은하수에는 많은 유성이 스쳐지나갔다더라.




 

목성은 소녀의 생각 이상으로 다른 세상이었다. 소녀의 일은 화성의 띠를 달리는 열차에 올라 별을 헤아리고 기록하는 일. 여기에는 소녀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있어 저마다의 열차에 올라 별을 바라보고 기록하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 소녀는 소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혼란에 빠진다. 지금까지는 같은 지면 위에서 바라보던 별들에 대해 모두다 제각각의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열차의 종류와 속도, 위치마다 바라보는 별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고, 그것을 기록하는 방법도 너무나도 다른데다가 서로가 자신의 별을 대하는 모습이 옳다 생각하는 세상, 그것이 화성이었다.

 

게다가 소녀가 타고난 친화력으로 그런 차이를 좁혀보려 다른 열차에 가까워지려 해도 이것만큼은 무리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양면을 달리는 열차의 노선은 평행을 이루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그 노선을 교차시키는 경우 동시에 열차를 달리게 하는 순간 사고는 일어나 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저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차로에서 먼저 지나가버린 기차의 궤적이나 소리, 냄새를 미루어 짐작하거나,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 너머의 탄 승객의 모습과 습관을 보고 그림에 옮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방법도 열차의 노선 시간표가 비슷하거나 동일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 매 순간은 소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나 그 간극을 채우는 방법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은 한계가 있고 오류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트러블은 있기 마련이었다. 소녀의 목소리는 쉽게 상대방 열차에 닿지 않았고, 소녀는 마치 섬처럼 고립되어 갔다. 이따금 닿은 목소리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상대방에게서 돌아온 답은 고함과 욕설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소녀는 그러한 일을 겪어갈 때마다 조금씩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 속상해하다 화가 나 지나간 상대방에게 같이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소녀도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진 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체념을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녀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배웠기에 그러한 일로 인해서 서로에게 상처가 오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상대방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을 힘들어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열차에서 고개 숙이고 오랜 시간을 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조용히 달리던 소녀에게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또 내게 화를 내는 것일까. 속상해 하던 소녀에게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더 정확히 들려온다. "안녕, 잘 지내니? 넌 누구니?" 그 소리는 너무나도 절박한지라 두서 없고 강렬하게 외치는 목소리였고, 따라서 멀리서는 고함처럼 들려왔던 것이다. 대답하기도 전에 그 소리는 멀어져 갔다. 다음에 또 다시 그 소리를 듣기를 고대했던 소녀였으나 그 소리는 자주 들리지 않았다. 자주 들려오던 것은 역시나 화난 목소리들이었고, 그런 목소리를 기대하며 소녀는 나를 먹어갔다.


소녀가 열차에서 시간을 보내감에 따라 그 안에는 여러 목소리가 쌓여 갔다. 소녀는 그러한 목소리를 그림으로 바꾸어 그려나갔다. 기다리는 목소리는 언젠가 반드시 온다는 마음으로 살짝 마음을 내려놓은 소녀는 이후 몇번에 걸쳐 그 목소리를 만나게 되면서 기다리는 법과 적당한 거리감을 배우게 되고, 때로는 속이려는 목소리에 조심성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소녀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면서 소녀가 알게 된 것은 열차의 목소리가 들리는 때가 확연한 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는 그 때를 맞추어 그 목소리의 주인들과 마주하게 된다. 소녀와 비슷한 속도로, 평행선을 달릴지언정 찰나의 순간이나마 마주달리는 이들, 그런 이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 첫번째 마주침 이후로 그렇게 소녀의 곁에는 비슷한 시간대로 달리는 열차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사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행성 목성에서는 누구나 홀로 열차에 올라 달려야 하고, 그것은 고독한 일이기에 이렇게 마음 가까이 할 수 있는 벚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열차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순간만큼은 열차에 다리를 놓고 도킹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비록 상대방 열차로 건너갈 수는 없는 법이고, 위험천만한 오작교마냥 중간에서만 상대방과 손이나마 마주 잡을 수 있는 다리이지만, 그 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 사용되는 언어들은 여전히 막연한 외국어처럼 다르게 표현되는 것들이지만, 그 마음의 종착역만은 같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에 그 다리를 걸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위안을 얻곤 했다. 그 잠시의 다리가 놓일 수 있는 간격이나 다리가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은 다 달랐지만, 그 가능성만큼의 기쁨이 있기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홀로 있는 시간도 그 시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한 나날들이 계속되는 듯 했으나 어느 사이 시간이 지나 소녀는 목성을 떠나 화성에 정착하게 되었다. 홀로 외로웠을지도 모르는 열차에 올라 별을 헤아리던 시간이 보상 받았던 것일지, 소녀는 화성의 한 작은 역의 역장이 된 것이다. 여전히 목성을 떠나는 소녀의 마음은 작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마음을 관조하며 이것이 성숙해나간다는 것인지 스스로를 가늠해보았다.

 

여전히 소녀가 역장으로 있는 역에는 많은 열차들이 시간에 맞추어 당도하고, 멈추었다 지나곤 한다. 잠시 멈추는 순간에나마 가늠하고 짧게 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지면, 나름의 방법으로 손짓 발짓까지 더해가며 반가움과 그 간의 생각을 짧게나마 나누곤 한다. 그 역을 지나가는 열차 중에는 직행 열차로 소녀의 작은 역에 멈추지 않고 통과만 하는 열차도 있고, 소녀의 작은 역에 들르고 싶어 특별 편성된 열차 역시 존재한다. 소녀 역시 과거의 수많은 열차를 추억하며 보내곤 한다. 소녀가 기억하고 헤아렸던 그 마다의 열차에는 별명이 붙어 있다.

 

가족, 친구, 연인, 아빠, 엄마, 언니, 동생, 오빠, 아저씨 등등.

 

오늘도 열차 시각표에 따르면 만나볼 수 있는 있는 별명도 있지만, 기약도 없이 추억만 하고 있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소녀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마다의 스케치를 마음에 품고 있어 지금의 소녀가 있는 것이고, 소녀의 열차가 달리던 시절 위험천만하게 다리를 놓던 경험에 비교해보면 지금은 망가져 버린 시계가 1분씩 느려지는 시계가 시간을 맞출 확률보다 높게 맞춘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오늘밤도 소녀는 역사 지붕에 누워 스치우는 바람에 별을 바라보다 떠오른 감정을 스케치북에 옮기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내일 이후의 소녀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갈지, 어떤 경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서 어떤 통찰을 얻어 성장내 나갈지 솔직히 글을 쓰는 나조차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녀는 늘 무언가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따스하게 바라보고, 또 헤아려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습성을 가진 소녀라면 늘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제 이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소녀가 바라보던 별을 헤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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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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